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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초년생 시절, 저는 솔직히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을 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시청률 바닥을 치는 아침 방송을 살리려는 주인공의 분투가, 제가 겪었던 현실과 이상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책임감, 작은 선택이 무너진 팀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책임감이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베키 풀러는 방송국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EP)로 부임합니다. 총괄 프로듀서란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예산, 인력 운영,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을 의미합니다. 처음 출근한 그녀 앞에는 공동 진행자의 갈등, 출연을 거부하는 유명 앵커, 부족한 제작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하지만 베키는 상황을 탓하기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씩 해결해 나갑니다.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도 바로 이 태도였습니다. 화려한 능력을 보여주기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처리하는 모습이 현실적인 직장인의 모습과 닮아 있었습니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환경을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연결해 설명합니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구성원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의미하며,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가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의 핵심 요소로 제시한 개념입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저 역시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마감 직전까지 수정 요청이 계속 이어졌고, 담당 부서마다 요구사항이 달라 무엇부터 처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때부터 업무를 체크리스트로 정리하고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았지만, 오히려 실수가 줄었고 돌발 상황에도 훨씬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책임감은 모든 일을 혼자 떠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는 사실을 몸소 배우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베키 역시 그런 책임감을 바탕으로 팀원들의 신뢰를 얻었고, 그 신뢰가 결국 프로그램의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힘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강한 카리스마나 뛰어난 결단력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굿모닝 에브리원'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조금 다릅니다. 베키는 명령으로 팀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구성원들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방송 출연을 거부하는 전설적인 뉴스앵커 마이크 포메로이와 예능 감각이 뛰어난 공동 진행자 콜린 사이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은 리더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제가 흥미롭게 느낀 점은 베키가 누구에게도 억지로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마이크 역시 처음에는 모든 제안을 거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강압적인 통제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한 리더십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팀을 움직이는 사람이 반드시 직급이 높은 사람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부서 간 갈등을 조율하며,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중심이 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저 역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먼저 듣고 업무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지시보다 이해와 공감을 통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리더십 역시 사람을 억지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며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직장생활, 열정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는 남는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은 모든 문제가 열정 하나로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작품은 베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추진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훨씬 많습니다. 예산 문제, 조직 문화, 의사결정 구조, 부서 간 이해관계처럼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벽이 존재합니다.
저 역시 업무를 하면서 좋은 기획안을 준비했지만 결재 과정에서 보류되거나, 여러 부서의 의견이 충돌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된 경험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더 열심히 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지치고 의욕이 떨어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태를 심리학에서는 번아웃(Burnout)이라고 합니다. 번아웃은 장기간의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세계보건기구(WHO)도 직업 관련 현상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그럼에도 제가 영화에 공감했던 이유는 베키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어려운 환경을 단번에 바꾸려 하지 않았고, 당장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하며 팀원들과 신뢰를 쌓아갔습니다. 결국 조직 문화는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지만, 책임감 있는 행동과 꾸준한 소통은 분명 조직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굿모닝 에브리원'은 코미디 영화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현실적인 고민과 해답을 담고 있습니다. 열정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끝까지 책임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만큼은 어떤 조직에서도 가장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