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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음악 전기영화 역대 흥행 1위.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직접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이건 좋은 영화냐 나쁜 영화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 앞에서 그 질문 자체가 흐릿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디스코그래피가 먼저 보이는 영화, 인생은 뒤로 밀려나다
영화 '마이클'은 전형적인 전기영화라기보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 앨범과 무대를 따라가는 거대한 공연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작부터 잭슨 파이브 시절, 모타운 계약, Off the Wall, Thriller, Bad 시대로 이어지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인물의 감정보다 커리어의 주요 장면을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간다기보다 그의 디스코그래피(Discography)** 를 훑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디스코그래피란 한 아티스트가 발표한 음반과 음악 활동 전체를 정리한 기록을 의미합니다.
이런 구성은 재단 공인 전기영화라는 제작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영화는 논란이 되었던 사건이나 복잡한 인간관계는 최대한 줄이고, 공연과 음악을 중심으로 서사를 만들어 갑니다. 특히 원래 후반부에서 다뤄질 예정이었다고 알려진 1993년 이후의 사건들이 빠지면서 영화는 사실상 '배드(Bad)' 시대 직전에서 마무리됩니다. 덕분에 러닝타임 내내 음악적 성취는 충분히 전달되지만, 왜 그런 음악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심리적 설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조 잭슨의 엄격한 교육 방식은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어린 마이클이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후의 창작 과정으로 연결했는지는 깊게 다루지 않습니다. 외형 변화와 세계적인 성공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어떤 고민과 상처가 쌓였는지는 관객이 스스로 상상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한 인간의 인생을 모두 담으려 하기보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음악 중심으로 보여주는 작품에 더 가까웠습니다.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인간 마이클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타르시스를 완성한 무대, 음악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비록 서사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공연 장면만큼은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영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Wanna Be Startin' Somethin'' 부터 퀸시 존스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무대 위에서 폭발하는 퍼포먼스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공연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극장 음향으로 울려 퍼지는 베이스와 라이브 재현은 집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현장감을 만들어 냅니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어린 마이클을 연기한 배우였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감정 표현과 리듬감, 무대 장악력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이후 성인이 된 마이클을 연기한 자파르 잭슨 역시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을 텐데, 실제 조카라는 점을 넘어 퍼포먼스 하나만큼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물론 실제 마이클 잭슨과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연 장면에서는 잠시나마 그 시절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장면은 퀸시 존스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부분입니다. 영화는 긴 설명을 하지 않지만, 음악을 단순히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만들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창작자로 성장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릴테이프와 토크백 시스템을 익히며 녹음 과정을 이해하는 어린 마이클의 모습도 단순한 천재성을 보여주는 장면이 아니라, 음악을 기술적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복선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모이면서 영화는 강한 카타르시스(Catharsis) 를 만들어 냅니다. 카타르시스란 억눌린 감정이 해소되며 큰 감동이나 해방감을 느끼는 경험을 의미합니다. 공연 장면에서는 이야기의 부족함조차 잠시 잊게 될 정도로 음악 자체가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좋은 전기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공연 영화라는 평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성장통 끝에 만들어진 나만의 방식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았던 것은 화려한 공연보다도 마이클이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어린 나이부터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표현과 새로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했습니다. 남들이 정해 놓은 방식만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단순히 음악가의 성공담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태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성장통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입사 초기에는 선배들이 하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야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고서 작성 방식이나 자료 정리 순서까지 기존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반복되는 업무를 하다 보니 더 효율적인 방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자료 구조를 새롭게 정리하고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실제 업무 시간이 줄어들고 실수가 감소하면서 점차 팀원들도 그 방식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무조건 기존 방식을 따르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물론 조직의 기준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자신의 강점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습니다. 영화 속 마이클이 남들이 만들어 준 무대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했던 것처럼, 직장에서도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한 명의 세계적인 가수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시행착오와 도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으로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