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처음엔 그냥 잘 만든 사극 한 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내경의 마지막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더라고요. 얼굴을 보는 것과 사람을 아는 것이 과연 같은 일인가, 그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습니다. 첫인상보다 오래 남는 행동학창 시절 같은 조로 묶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어서 처음에는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해도 짧게 대답하는 편이었고,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도 먼저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저는 활발하게 웃고 편하게 말을 거는 사람이 친절하다고 생각했고, 조용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거리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상대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몇 가지 표정과 말투만으로 성격을 판단한 셈입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옆 사람이 "재밌었어?"라고 물어봤는데, '재밌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슬펐냐고 하면 그것도 딱 맞는 말이 아닌 것 같았고요. 영화 는 계유정난으로 폐위된 단종 이홍이가 강원도 영월 청령포로 유배를 가게 되면서 그곳을 지키는 촌장 엄흥도와 맺어가는 4개월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권력 다툼보다 밥 한 끼, 사람 하나에 집중한 영화였는데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계유정난, 권력 다툼보다 더 오래 남은 이야기역사 시간에 계유정난을 배우면 보통 "수양대군이 단종의 권력을 빼앗은 사건" 정도로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그 사건 이후의 이야기가 훨씬 더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계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