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믿은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 질문의 답을 영화 한 편에서 발견했습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트라이앵글은 단순한 공포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보고 나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화면 속 공포보다 주인공의 선택이 더 무서웠습니다. 타임루프가 드러낸 진실영화 ‘트라이앵글’은 친구들과 요트 여행을 떠난 제스가 갑작스러운 폭풍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뒤집힌 요트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일행 앞에 거대한 유람선이 나타나고, 사람들은 살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배에 올라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고립된 공간에서 살인마를 피해 살아남아야 하는 전형적인 서바이벌 스릴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배 안에서 제스가 자신이 이미 겪은..
시험이 끝날 때마다 "다음엔 다르게 해야지" 했지만, 막상 다음 시험이 와도 똑같이 벼락치기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 찝찝한 기억을 안고 영화 트라이앵글을 봤는데, 화면 속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같은 선택이 같은 결말을 부른다는 이야기,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타임루프가 드러내는 죄책감과 시간의 구조영화 ‘트라이앵글’은 제스가 친구들과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났다가 거센 폭풍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요트가 뒤집힌 뒤 가까스로 살아남은 일행은 바다 위에 나타난 대형 유람선에 올라탑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있어야 할 유람선 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곳곳에서는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이 발견되고, 제스는 이 배에 이전..
신입 시절, 저도 처음엔 선배가 알려준 방식을 그냥 따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육 대상자 명단을 검토하다 인사 데이터와 대조해 보니 실제 대상자가 빠져 있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당연히 맞겠지'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으로 느꼈는데, 영화 '런'을 보고 나서 그 감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뮌하우젠 증후군, 사랑이라는 명분이 병이 되는 순간영화 ‘런(Run)’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클로이가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내려가거나 집 밖으로 탈출하는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보호자인 엄마가 오랜 시간 딸의 몸과 삶을 조작해 왔다는 설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다이엔은 겉으로만 보면 누구보다 헌신적인 엄마입니다. 매일 약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
16살 소년이 방구석에서 만든 9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7,880만 뷰를 돌파하고, 그 소년이 20살에 A24 최연소 감독이 됐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영화 백룸은 그 황당한 이야기가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진 결과물입니다. 리미널 스페이스, 백룸이 일반 공포영화와 다른 이유영화 백룸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라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리미널 스페이스란 복도, 빈 대기실, 문을 닫은 쇼핑몰처럼 원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뇌는 이러한 공간을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받아들이며, 실제 위험이 없어도 강한 불안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백룸..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진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23년 개봉한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심리 스릴러 힙노틱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며 관객의 인식 자체를 흔드는 작품입니다. 딸을 찾는 형사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재난 영화 분석이 아닌 심리 스릴러의 묘미, 현실을 의심하게 만드는 세계관영화 힙노틱은 겉으로 보면 형사의 은행 강도 추적을 다룬 범죄 스릴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수사극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자체를 흔드는 심리 스릴러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보며 흔히 사용하는 재난 영화 분석이라..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사이코패스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침범을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게 와닿은 건, 단순히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타인의 삶으로 스며드는 방식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사이코패스, 선천적 기질과 심리 분석영화의 전반부는 일곱 살 소연이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소연이는 선천적 사이코패시(psychopathy)를 가진 아이로 묘사됩니다. 여기서 사이코패시란 공감 능력의 결여, 충동 조절 장애, 반사회적 행동 패턴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성격 특성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나쁜 아이"가 아니라 신경학적 차원에서 타인의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상태를 가리킵니다.소연이의 행동이 점점 수위..
솔직히 처음엔 그냥 흔한 귀신 영화겠거니 하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세이레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공포보다 불안이 먼저였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금기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이렇게 날카롭게 파고든 한국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금기, 작은 선택이 비극으로 이어진 이유영화 세이레의 시작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주인공 우진은 전 여자친구 세영의 장례식에 다녀오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극심한 불안감을 드러냅니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단순히 장례식에 다녀온 일일 뿐이지만, 영화는 여기서 금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금기란 공동체에서 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지는 행동이나 규범을 의미하며, 우리 전통문화에서는 출산과 죽음처럼 삶의 중요한 순간에 더욱 엄격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