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저는 집에서 '월드워Z'를 다시 꺼내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액션 블록버스터로 소비했는데, 팬데믹을 직접 겪고 나서 다시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영화 속 바이러스 확산 속도와 사람들의 반응이 낯설지 않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감염병의 속도보다 두려웠던 불확실성영화 ‘월드워Z’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오는 설정은 좀비 바이러스의 압도적인 전파 속도입니다. 감염된 사람은 불과 몇 초 만에 다른 존재로 변하고, 한 명에게서 시작된 감염은 순식간에 거리와 도시 전체로 확산됩니다. 현실의 감염병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과장된 장면이지만, 감염이 시작된 뒤 사회가 얼마나 빠르게 혼란에 빠질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
좀비가 무서운 이유는 무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극장을 나오면서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군체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진짜 공포는 그들이 '연결된다'는 것이라는 걸. 제79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좀비 프로젝트, 군체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묵직합니다.집단지성, 뇌 없이도 진화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영화 군체가 기존 좀비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은 좀비 한 마리의 힘이 아니라 집단지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황색 망사 점균은 뇌도 신경도 없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판단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일본 나카가키 토시유키 연구팀은 점균이 미로 속에서 여러 갈래 길을 탐색한 뒤 불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