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매일 보는 사람과 더 가까울까요, 아니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더 솔직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학창시절 이 질문의 답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는 진짜 고민을 꺼내지 못했지만, 인터넷 메신저 너머 모르는 누군가에게는 진로 걱정과 속마음을 술술 털어놓았습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유브 갓 메일'은 그 이상한 역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익명성이 만들어낸 솔직한 대화와 감정의 연결일반적으로 사람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여러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유브 갓 메일’을 보고 있으면 친밀감이 반드시 만남의 횟수나 함께한 시..
솔직히 말하면, 저는 처음에 이 영화를 거의 끄려고 했습니다. 탈옥수가 모자 하나 눌러쓰고 모자 눌러쓰고 나타나 모자 눌러쓴 채 낯선 집에 들어온다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도 프랭크를 그냥 믿고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첫인상이 만든 공포와 영화가 그것을 무너뜨리는 방식영화 ‘레이버 데이’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르는 범죄 스릴러였습니다. 교도소를 탈출한 남자가 어린 아들과 함께 사는 여성의 집에 들어온다는 설정만 보면, 누가 봐도 위협과 감금, 탈출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예상하게 됩니다. 저 역시 프랭크가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가 언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지 경계하며 영화..
직장에서 말수 적은 동료를 보면서 "저 사람, 일에 관심 없나?" 하고 속으로 단정 지어본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을 보고 나서야, 그 짧은 판단이 얼마나 많은 걸 놓치게 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단 한 겹만 보고 사람 전체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 이 영화는 그 착각을 조용히, 그러나 꽤 아프게 건드립니다. 판단은 생각보다 쉽게 시작된다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립니다. 말수가 적으면 소극적인 사람, 표현이 많으면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회의 시간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피드백을 요청해도 필요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