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엔 그냥 흔한 귀신 영화겠거니 하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세이레는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 공포보다 불안이 먼저였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서웠습니다. '금기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이렇게 날카롭게 파고든 한국 영화는 오랜만이었습니다. 장례식 하나가 모든 걸 무너뜨린 이유영화의 발단은 단순합니다. 주인공 우진이 전 여자친구 세영의 장례식에 다녀옵니다. 문제는 집에 갓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우진이 부정(不淨)을 탔다며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이 긴장감이 이후 모든 사건의 도화선이 됩니다.여기서 '부정'이란 죽음이나 불결한 기운이 몸에 붙었다고 보는 민간 신앙적 개념입니다. 현대인 눈에는 미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전통 산속(産俗)에서는 출산 직후 외부의 기운..
실종 사고가 반복되는 저수지, 그리고 아무도 촬영한 적 없는 사진이 서버에 올라와 있는 상황. 영화 살목지는 이 기묘한 팩트 하나로 시작해 관객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저도 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실화를 흉내 낸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창작인지 경계가 흐릿한 그 느낌이요.호기심이 부른 균열, 그 시작점살목지가 공포 영화로서 독특한 이유는 귀신이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먼저 금기의 공간으로 들어가고, 먼저 손을 대고, 먼저 소원을 빕니다. 로드뷰 촬영팀, 공포 유튜버, 그리고 연락이 끊긴 선배를 찾아 나선 PD까지 모두 각자의 목적과 호기심을 가지고 살목지를 찾습니다. 즉, 공포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