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과제를 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자유롭게 조를 구성하라고 했지만, 교실 안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이 만들어지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국열차를 보면서 그 장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열차 안이나 교실 안이나, 공간이 달라도 불평등이 작동하는 방식은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계급구조, 칸이 나눈 삶처음 ‘설국열차’를 보기 전에는 얼어붙은 지구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SF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아니라 열차를 가로로 나눈 수많은 문이었습니다. 한 칸의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의 옷과 음식, 표정과 생활환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두가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어..
같은 팀이었던 사람이 위기 앞에서 갑자기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걸 목격한 적 있으십니까. 저는 학창 시절 조별 과제에서 그런 순간을 겪고 나서, 꽤 오랫동안 그 기억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화 해무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사람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꽤 집요하게 보여줍니다. 극한 상황이 바꾼 선택영화 ‘해무’는 2001년 발생한 제7태창호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봉준호 감독과 심성보 감독이 각본을 맡았고, 심성보 감독이 연출해 2014년 개봉했습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한때 풍족한 어획량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낡고 초라해진 어선 전진호입니다. 선장 철주에게 전진호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바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