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성숙한 태도라고 믿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고, 침묵으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믿음이 관계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는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겨우 알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그 경험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만든 영화입니다. 침묵의 사랑이 남긴 오해영화 ‘헤어질 결심’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해준과 서래가 자신의 마음을 직접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분명 서로에게 끌리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는 대신 시선과 행동, 침묵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해준은 수사라는 명목으로 서래의 일상을 오래 바라보고, 서래는 그런 해준의 관찰을 알고도 그 시선에서 벗어나지 않습..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가 드디어 국내 개봉했습니다. 저도 극장에서 보고 나왔는데, 차를 몰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이상하게 무거웠습니다. 그냥 영화 한 편을 본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고용불안, 평생직장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불안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떠올려 보면, 저는 업무가 가장 많았을 때보다 조직 개편이나 인력 조정 이야기가 들릴 때가 더 힘들었습니다. 당장 해고 통보를 받은 것도 아닌데 괜히 주변 분위기를 살피게 되고, 상사의 말투나 회의 내용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됐습니다. 담당 업무가 갑자기 바뀌거나 기존 인력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면 혹시 다음 순서가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겉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