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과제를 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선생님은 자유롭게 조를 구성하라고 했지만, 교실 안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이 만들어지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설국열차를 보면서 그 장면이 자꾸 겹쳐 보였습니다. 열차 안이나 교실 안이나, 공간이 달라도 불평등이 작동하는 방식은 놀랍도록 비슷했습니다. 계급구조, 칸이 나눈 삶처음 ‘설국열차’를 보기 전에는 얼어붙은 지구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생존자들이 벌이는 SF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오래 남은 것은 화려한 전투 장면이 아니라 열차를 가로로 나눈 수많은 문이었습니다. 한 칸의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의 옷과 음식, 표정과 생활환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두가 같은 열차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어..
터널 안에 갇혀 있다고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빛도 없고, 소리도 없고, 구조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버텼을까. 저는 영화 터널을 보면서 내내 그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극한 생존, 사회 구조의 민낯, 그리고 희망이라는 감정이 동시에 한 화면 안에 담긴 영화였습니다. 희망이 버티게 하는 힘영화 ‘터널’은 자동차 영업대리점 과장 정수가 퇴근길에 무너진 터널 안에 갇히면서 시작됩니다. 평소처럼 주유소에 들렀다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새로 개통한 터널이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정수의 일상도 함께 멈춰 버립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휴대전화와 생수 두 병, 딸에게 줄 생일 케이크뿐입니다. 구조대가 언제 도착할지 알 수 없고 추가 붕괴..
교도소 수감자가 외부 범죄 조직을 지휘하며 억대 수익을 올린다. 이 설정이 영화적 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국내 교정 시설 내 조직 범죄 관련 징계 건수는 매년 수백 건에 달합니다. 영화 프리즌을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장면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그 고요함이었습니다.침묵의 공범이 만든 질서영화 ‘프리즌’에서 성안교도소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교도소장이 아니라 수감자 정익호입니다. 그는 교도소 안에서 다른 수감자들을 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밤이 되면 자신이 선택한 수감자들을 밖으로 내보내 범죄를 저지르게 합니다. 교도소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교화해야 하는 공간이지만, 영화 속 성안교도소는 새로운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장소로 변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