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팀장이 자기 아버지뻘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 사람도 어색하고 나도 어색한 그 공기. 직장 다녀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입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영화 '인 굿 컴퍼니'를 보는 내내 장면마다 멈칫하게 됐습니다. 세대가 다른 두 사람이 상하 관계로 묶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일반적으로 이런 영화는 젊은 쪽이 틀리고 나이 든 쪽이 옳다는 식으로 흘러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 작품은 그 도식을 꽤 영리하게 비틀어 놓습니다. 세대갈등, 서로를 이해하는 순간 달라진다영화 '인 굿 컴퍼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대갈등입니다. 스물여섯 살의 카터는 기업 인수합병 이후 갑작스럽게 광고 영업 총괄 자리에 오르며 자신보다 두 배 가까운 나이와 경력을 가진 댄의 상사가 됩니..
저도 처음엔 그냥 스릴러 한 편 보려고 틀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이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데, 어째서인지 제 직장 생활이 오버랩됐습니다. 억울하게 의심받아도 끝까지 파고들면 진실이 나온다는 걸, 저는 현실에서 먼저 배운 터였으니까요. 집념이 만든 기적영화 '그놈이다'를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껴졌던 것은 주인공 장우의 집념이었습니다. 부모를 먼저 떠나보낸 뒤 하나뿐인 가족인 동생과 살아가던 그는 동생마저 실종되자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찾기 시작합니다. 경찰은 단순 가출일 가능성이 높다며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올 것이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하지만 장우는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 결론을..
직장에서 처음 만난 동료를 보고 "저 사람이랑은 잘 안 맞겠다"고 느낀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 첫인상이 얼마나 틀렸는지 나중에 깨달았을 때의 민망함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 '업사이드'는 바로 그 감각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브라이언 크랜스톤과 케빈 하트 주연의 이 영화는 전신마비 자산가와 전과자 출신 백수의 만남을 통해, 편견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가두는지를 보여줍니다. 편견을 넘어서우리는 살면서 사람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의식하지 못한 채 상대를 평가합니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말투는 어떤지, 학력이나 경력은 어떤지와 같은 정보들이 하나씩 쌓이며 머릿속에는 금세 하나의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영화 '업사이드'에서도 이러한 편견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
1월 14일 개봉한 영화 '보이'는 이미 스페인 판타지아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작품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우리나라 영화 맞나?" 싶을 정도로 이질적인 느낌이었고, 그게 오히려 보고 싶다는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착취구조, 반복되는 노동과 소비의 굴레영화 보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독특한 세계관보다 그 안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반복되는 착취구조였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붕괴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형 기환과 동생 로한은 '텍사스 온천'이라는 공간에서 노동자들을 실어 나르는 일을 합니다.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노동을 하고 임금을 받지만, 그 돈은 다시 '개미굴'이라는 공간에서 술과 마약, 도박 같은 쾌락으로 모두 소비됩니다. 결국 노동으로 번 돈이 다시 같은 시스템 안으로 흘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컬트 장르라길래 그냥 귀신 나오는 공포 영화쯤으로 생각했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뱀 문신이나 제물 의식이 아니라 "나라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사이비 종교라는 역사적 실체를 파고든 영화 삼악도, 생각보다 훨씬 밀도 있는 작품이었습니다.사이비 종교, 믿음을 권력으로 바꾸는 구조영화 삼악도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귀신이나 악령보다 사이비 종교가 사람을 지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종교가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설정이 다소 과장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단순한 허구라기보다 현실에서 실제로 반복되어 온 권력 구조를 빗댄 이야기처럼 다가왔습니다. 영화 속..
좀비가 무서운 이유는 무는 것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극장을 나오면서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군체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진짜 공포는 그들이 '연결된다'는 것이라는 걸. 제79회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연상호 감독의 세 번째 좀비 프로젝트, 군체가 던지는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묵직합니다.집단지성, 뇌 없이도 진화하는 가장 무서운 존재영화 군체가 기존 좀비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은 좀비 한 마리의 힘이 아니라 집단지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황색 망사 점균은 뇌도 신경도 없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판단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일본 나카가키 토시유키 연구팀은 점균이 미로 속에서 여러 갈래 길을 탐색한 뒤 불필..
하늘에서 새끼 사자가 떨어지는 장면, 여러분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저는 솔직히 조금 황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늑대와 사자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그 장면에서, 예상치 못하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종간유대, 늑대와 사자가 가족이 될 수 있었던 이유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장면은 새끼 사자 드리머가 어미 늑대 곁으로 다가가 모차르트와 함께 젖을 먹는 순간이었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었지만 동시에 "현실에서도 가능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생태학적으로 늑대(Canis lupus)와 사자(Panthera leo)는 서식 환경도 다르고, 야생에서는 서로 협력할 이유가 거의 없는 동물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 모습은 더욱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앱이 저주의 매개체가 된다는 설정, 처음엔 그냥 자극적인 소재겠거니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공포보다 "이 사람들 왜 저래?"라는 답답함이 먼저 올라왔고, 그 답답함이 정확히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테크 호러, 스마트폰이 공포가 되는 순간귀신 부르는 앱: 영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귀신보다 스마트폰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공포영화는 폐가나 어두운 숲처럼 낯선 공간에서 긴장감을 만들지만, 이 영화는 누구나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공포의 시작점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이 작품은 대표적인 테크 호러(Tech Horror) 장르에 속합니다. 테크 ..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사이코패스를 다룬 작품들이 대부분 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침범을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게 와닿은 건, 단순히 자극적이어서가 아니라 타인의 삶으로 스며드는 방식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사이코패스, 선천적 기질과 심리 분석영화의 전반부는 일곱 살 소연이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소연이는 선천적 사이코패시(psychopathy)를 가진 아이로 묘사됩니다. 여기서 사이코패시란 공감 능력의 결여, 충동 조절 장애, 반사회적 행동 패턴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성격 특성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나쁜 아이"가 아니라 신경학적 차원에서 타인의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상태를 가리킵니다.소연이의 행동이 점점 수위..
강한 사람이 반드시 이기는 걸까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이 질문이 생각보다 자주 떠오릅니다. 영화 검객 생과사를 보고 나서도 그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뛰어난 검술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결국 누군가를 위해 다시 칼을 드는 이유였습니다.무협액션, 화려함보다 묵직한 검의 무게영화 검객 생과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오랜만에 정통 무협액션을 본다는 감각이었습니다. 최근 무협 영화들은 와이어 액션과 CG를 적극 활용해 인물들이 하늘을 날고 건물을 뛰어넘는 장면을 자주 보여줍니다. 물론 시각적인 재미는 뛰어나지만, 실제 검이 부딪히는 긴장감이나 한순간의 승부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다소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반면 이 작품은 화려한 연출보다는 검 한 자루와 인물의 움직임 자체에 집중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