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경찰은 단 한 명의 연쇄살인마를 끝내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 경찰국이 공식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면서 조디악 사건은 그렇게 미해결로 남았습니다. 처음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범죄 영화라면 당연히 범인이 잡힐 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는 그 기대를 조용히 무너뜨렸습니다. 집요함, 진실을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이 남기는 차이영화 '조디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단연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였습니다. 그는 형사도, 기자도 아닌 신문사의 삽화가였지만 누구보다 오랫동안 조디악 사건을 추적합니다. 같은 사건을 취재하던 기자 폴 에이버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명성 사이에서 흔들렸던 것과 달리, 로버트는 오직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 하..
글렌 홀랜드는 30년간 단 한 번도 자신의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은퇴식 날, 강당을 가득 채운 수백 명의 제자들이 그의 진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며 솔직히 한동안 멍했습니다. 성공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성공의 의미, 결과보다 오래 남는 가치는 무엇일까일반적으로 성공은 눈에 보이는 성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높은 연봉, 화려한 수상 경력, 많은 작품을 남기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결과들이 성공의 기준이 됩니다. 영화 '홀랜드 오퍼스'의 주인공 글렌 홀랜드 역시 처음에는 이러한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했습니다. 그는 뛰어난 작곡가가 되어 이름을 남기고 싶었고, 교사라는 직업은 그 꿈을 이루기 전까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일 뿐이라고 ..
작은 거짓말 하나가 삶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영화 '디테일스'는 평범한 산부인과 의사의 사소한 선택이 불륜, 살인, 금전 거래로 이어지는 과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냅니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저는 황당하다는 생각보다 불편한 공감을 먼저 느꼈습니다. 나비효과, 작은 실수가 가장 큰 문제를 만든다사람들은 큰 실패는 조심하면서도 작은 실수는 쉽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 초기에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업무 자료에 수치를 하나 잘못 입력했는데, 바로 보고하면 금방 수정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혼자 고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수정하려 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기존 파일이 다른 부서로 전달된 뒤였다는 점입니다. 수정된 파일과 기존 파일..
직장에서 말수 적은 동료를 보면서 "저 사람, 일에 관심 없나?" 하고 속으로 단정 지어본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영화 '당신이 그녀라면'을 보고 나서야, 그 짧은 판단이 얼마나 많은 걸 놓치게 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단 한 겹만 보고 사람 전체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 이 영화는 그 착각을 조용히, 그러나 꽤 아프게 건드립니다. 판단은 생각보다 쉽게 시작된다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립니다. 말수가 적으면 소극적인 사람, 표현이 많으면 적극적인 사람이라고 단정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회의 시간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피드백을 요청해도 필요한 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익숙하면 안전하다"는 착각 속에 살았습니다. 직장에서도, 일상에서도 반복되는 것들은 그냥 눈을 감아도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영화 '8번 출구'를 보고 나서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실감했습니다.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150만을 돌파한 동명의 루프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이 실사 영화는, 익숙한 공간이 어떻게 가장 잔인한 덫이 되는지를 조용하고 집요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상 현상, 단 하나의 변화가 모든 규칙을 뒤집는다영화 '8번 출구'는 놀라울 만큼 단순한 규칙에서 시작합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통로를 걸으며 이상 현상(Anomaly)을 발견하면 즉시 뒤로 돌아가고, 아무런 이상이 없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여기서 이상 현상이란..
사회 초년생 시절, 저는 더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눈앞에 있었는데도 "괜히 나섰다가 망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하나로 스스로 물러섰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나중에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자연스럽게 "그때 뛰어들었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영화 '만약에 우리'를 보면서 그 감각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이 영화는 지나간 선택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 멈춰 섰을 그 순간을 아주 정직하게 들여다봅니다. 선택의 맥락, 태풍이 이어준 두 사람의 재회영화 '만약에 우리'는 2024년 호치민 공항에서 시작됩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던 정원과 은호는 우연히 다시 만나고, 태풍 캐슬린으로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로맨스 영화에서..
16살 소년이 방구석에서 만든 9분짜리 유튜브 영상이 7,880만 뷰를 돌파하고, 그 소년이 20살에 A24 최연소 감독이 됐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영화 백룸은 그 황당한 이야기가 실제로 스크린에 펼쳐진 결과물입니다. 리미널 스페이스, 백룸이 일반 공포영화와 다른 이유영화 백룸을 이해하려면 가장 먼저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라는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리미널 스페이스란 복도, 빈 대기실, 문을 닫은 쇼핑몰처럼 원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인간의 뇌는 이러한 공간을 마주하면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를 받아들이며, 실제 위험이 없어도 강한 불안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백룸..
직장에서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옵니다. 분명히 열심히 했는데, 어느 날 보니 제가 쓰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그 불편한 감각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던 건 그 장면들이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적응하지 못하면 누구나 흔들린다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화려한 패션보다 먼저 현실적인 직장 이야기를 꺼냅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앤디는 저널리스트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지만, 권위 있는 저널리즘 어워드를 앞둔 순간 회사가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전 직원을 문자 한 통으로 해고합니다. 오랜 경력과 뛰어난 실력이 하루아침에 아무 의미도 없어질 수 있다는 설정은 예상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전 세계 음악 전기영화 역대 흥행 1위.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직접 보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이건 좋은 영화냐 나쁜 영화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이름 앞에서 그 질문 자체가 흐릿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디스코그래피가 먼저 보이는 영화, 인생은 뒤로 밀려나다영화 '마이클'은 전형적인 전기영화라기보다 마이클 잭슨의 대표 앨범과 무대를 따라가는 거대한 공연 기록처럼 느껴졌습니다. 시작부터 잭슨 파이브 시절, 모타운 계약, Off the Wall, Thriller, Bad 시대로 이어지는 과정이 빠른 호흡으로 이어지는데, 인물의 감정보다 커리어의 주요 장면을 연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
직장 초년생 시절, 저는 솔직히 '열심히 하면 다 된다'는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을 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 흔들렸습니다. 시청률 바닥을 치는 아침 방송을 살리려는 주인공의 분투가, 제가 겪었던 현실과 이상하게 겹쳐 보였습니다. 책임감, 작은 선택이 무너진 팀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은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책임감이 조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베키 풀러는 방송국의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EP)로 부임합니다. 총괄 프로듀서란 프로그램의 기획부터 예산, 인력 운영, 제작 전반을 책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