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 대신 자기 자신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는 아버지와 아들이 이탈리아의 낡은 집을 함께 수리하면서 오랜 단절을 좁혀가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화면 속 무너져가는 벽과 깨진 창문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관계 회복, 무너진 집보다 먼저 복원되어야 했던 것은 가족의 마음이었다영화 '메이드 인 이태리'를 처음 보면 오래된 시골집을 수리하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나면 이 작품의 진짜 주제는 집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내이자 어머니를 잃은 뒤 아버지와 아들은 오랜 시간 같은 상처를 안고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
믿음만으로 세상이 바뀐다는 말, 솔직히 처음엔 코웃음 쳤습니다. 그런데 영화 한 편이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습니다. 1940년대 미국 소도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 '리틀 보이'는 여덟 살 소년의 믿음이 전쟁의 공포와 사회적 편견을 어떻게 조각조각 부수는지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건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 실제로 사람을 바꾼다는 구체적인 증거였습니다. 믿음의 힘, 작은 신념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기적처럼 보이는 변화를 만든다여덟 살짜리 아이가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현실을 모른다고 말할 것입니다. 영화 '리틀 보이' 역시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주변 어른들은 페퍼의 믿음을 순진한 착각 정도로 여겼지만, 심리학에서는 이..
누군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서 답답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직장 초기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동료의 태도에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도그맨을 보고 나서야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이 영화는 할렘을 배경으로, 개들과 함께 살아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왜 그렇게 변하는지를 묻습니다. 성장 환경,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가장 오래된 조건영화 '도그맨'은 더글라스가 왜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어린 시절부터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그는 투견을 키우며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고, 사람보다 개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성격은 타고난 기질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화는 성장 환경이 한 사람의 가..
"아이가 이상한 것 같아도 남의 집 일이잖아요." 이 말,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오랫동안 이런 태도가 그냥 어른들의 현명한 선 긋기라고 생각했습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을 보고 나서야, 그 선 긋기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는지 실감했습니다. 이 영화는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을 바탕으로,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침묵의 공모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아동학대, 신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믿어주는 어른이었습니다영화 '어린 의뢰인'은 시작부터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 다빈이는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아가 새엄마에게 맞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 정도는 훈육 아니냐"는 식의 무관심뿐입니다. 경찰도, 주변 어른들도..
억울한 상황에서 감정부터 앞세웠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경험,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십니까. 저는 직장 초반에 그런 순간을 겪었고, 그 기억이 영화 '데이비드 게일'을 보는 내내 겹쳐 보였습니다. 진실은 뒤늦게 도착하고, 사람들은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먼저 믿는다는 것. 이 영화는 그 불편한 사실을 2시간 동안 정면으로 들이밉니다. 사법 오류, 첫인상이 진실을 이기는 순간영화 '데이비드 게일'은 시작부터 관객이 얼마나 쉽게 첫인상에 영향을 받는지를 보여줍니다. 전직 철학과 교수이자 사형제 폐지 운동가였던 데이비드 게일은 동료 콘스탄스를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로 체포됩니다. 언론은 그의 과거 성추문과 사건 정황을 반복해서 보도하고, 사람들은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를 범인으로 받아들입니다. 영화를 ..
직장에서 혼자 끙끙 앓다가 뒤늦게 터진 문제를 수습해본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신입 때 자료 오류를 발견하고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넘겼다가 전체 일정이 흔들릴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특별조치'는 그때의 기억을 다시 꺼내게 만든 작품입니다. 아이들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아버지 한 명이 신약개발이라는 벽 앞에 서는 이야기인데, 보는 내내 '이 사람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를 계속 묻게 됩니다. 결단력, 혼자만의 선택은 오래가지 못합니다영화 '특별조치(Extraordinary Measures)'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존 크롤리의 결단력이었습니다. 그는 희귀질환인 폼페병을 앓고 있는 두 아이를 살리기 위해 로버트 스톤힐 박사를 직접 찾아갑니다. 연구실이 아니라..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관계 자체가 뒤바뀐 남자의 이야기. 영화 미스매치는 그 설정 하나만으로 저를 극장으로 끌어당겼습니다. 무능한 가장이 사고 이후 가족과 동료를 뒤섞어 인식하게 되는 상황이 단순한 코미디로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이의 갈등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꽤 정직하게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관계 오류,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관계가 무너진 순간영화 미스매치는 주인공 봉수가 계단에서 추락한 뒤 가족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의학적으로 그는 안면인식장애와 해리성 기억상실증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상태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안면인식장애란 얼굴을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신경학적 장애를 의미하며, 해리성 기억상실증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충격으로 특정..
한국의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2년 기준 3,378명으로,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솔직히 숫자가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 '스틸 라이프'를 보고 나서는 달랐습니다. 저 숫자 하나하나가 이름이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고독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마지막을 마주하다영화 스틸 라이프는 화려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전개 대신 현대 사회가 외면하고 있는 고독사 문제를 담담하게 비춥니다. 작품의 주인공 존 메이는 가족이나 지인 없이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담당하는 공무원입니다. 무연고 사망자란 사망 이후 연고자가 확인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가 장례 절차를 대신 진행해야 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중에서 이렇게 불편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은 흔치 않습니다. 2006년 독일 영화 레퀴엠은 뇌전증 발작과 종교적 믿음 사이에서 무너져 간 한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뭔지 이 글을 쓰면서야 조금씩 알 것 같았습니다. 뇌전증, 진단보다 믿음이 앞섰던 미카엘라의 재난미카엘라는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 튀빙엔 대학교에 진학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이 시작된 이후에도 반복되는 뇌전증 발작은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여기서 뇌전증(Epilepsie)이란 뇌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흥분하면서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을 말합니다. 발작은 단순히 몸이 떨리는 증상만을 의미..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혼자 더 잘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신가요?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에이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세계 최정예 킬러조차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할수록 더 깊은 함정에 빠진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꽤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협력이 부족할 때 더 큰 위기가 찾아온다영화 에이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의외로 '액션'이 아니라 협력이었습니다. 주인공 에이바는 조직 최고의 컨트랙트 킬러로 인정받는 인물이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선택을 합니다. 컨트랙트 킬러란 특정 조직이나 의뢰인의 지시를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 암살자를 의미하는데, 에이바는 뛰어난 실력을 갖췄음에도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윤리적인..